[by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야기 - 이집트 in 태권도]

종교적인 문화에 따라 생활습관이 다소 차이가 있다. 외국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라고 한다. 또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지 말라고 한다. 이집트에 오자마자 대사관 홍보관은 현지인들의 종교 문화를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방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무슨 큰 어려움이 있을까 했다.

이집트는 인구의 85%가 무슬림이다. 국교 역시 무슬림이다. 10%의 콥틱교(기독교)와 5%의 타종교가 있다. 홍보관이 강조한 종교는 역시 무슬림 이다. 어느 곳을 가던지 이 나라라 이슬람문화라는 건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루에 다섯 번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가 울러 퍼지고, 곳곳에는 예배를 드리는 모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를 지도하는 나로서 종교적인 갈등은 당연히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지 생활이 길어지면서 미묘한 내적 갈등이 생겨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차차 이곳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밤이 늦도록 대회장에 남아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이집트인들]

오늘은 태권도를 통해 본 이슬람 문화 첫 번째 이야기다.

지난 2월 이집트 중심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다녀왔다. 태권도 대회 때문이다. 그런데 종교적인 문화로 인하여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수많은 태권도 대회장을 다녀봤지만, 그 대회처럼 늦게까지 진행되는 것은 처음 경험했다. 대회 중간마다 예배를 들이느라 경기가 중단되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대회가 끝나는 상황에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6월(2008년) 이집트에 온 후 현지에서 열린 대회 참가는 그 대회가 처음이었다. 지방에 있는 관계로 수도와 주변 도시에서 여러 차례 대회가 있었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집트에서 개최하는 ‘국제 오픈대회’라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스완에서 기차를 타고 20시간의 긴 여정 끝에 대회 개최지인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했다. 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몸이 천근만근 지치고 힘들었다.

대회 첫날. 대회는 오전 9시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집결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심판이며 집행부는 보이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집트에서는 흔한(?)일이라 그 누구도 불평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서두르지도 않는다. ‘천하태평’ 그 자체였다.

성격 급한 한국 사람으로서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10시가 되어서야 대회 관계자들이 한두 명씩 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자호구로 대회를 진행한다며 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한 시간을 또 보낸다. 옆에서는 서로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참고로 이집트인들은 대체적으로 말이 많다. 그래서 가끔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그나마 태권도 인들은 말이 적고 점잖은 편에 속한다. 자기 절제라 할까. 아무튼 대회가 예정보다 늦어지는데도 관중들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 20년 넘게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는 정기영 사범은 “(대회 시작이 늦어진 것) 이건 약과다. 조금 있으면 기도한다고 쉬고, 조금 더 있으면 점심 먹는다고 쉬고, 그러다 날 센다(웃음)”며 이집트 대회 문화를 간략히 귀띔 해줬다. 아니나 다를까 12시가 되자 심판이며 집행부며 모두가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예배 때문이었다. 여하튼 30여 분 동안 기도가 진행되고 점심식사가 곧바로 이어지고 이렇게 해서 대회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늦게 끝났다. 대회 첫날은 밤 11시 30분에 끝났다. 둘째 날은 더욱 늦게 끝이 났다. 그나마 오전부터 시작돼 다행이다 싶었다. 늦어질 경우 대회 일정에 큰 차질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도 선수단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대회 운영 관계자들도 큰 불만 없이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했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대회 심판은 이집트인들뿐만 아니라 유럽, 팬암에서 온 국제심판들도 상당수 있었다. 많이 피곤할 만 했을 텐데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이집트에서 오랜 사범생활을 하신 임한수 사범께서는 “새벽 2~3시에 대회가 끝날 때도 있다.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럽고 힘들 수 있지만, 선수들이나 집행부 모두 이 문화가 익숙하다”고 이집트 대회 문화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다른 이슬람권 나라들도 이집트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회장 임대비용 절감과 종교 활동 등 때문이었다. 

마지막 날은 시상식도 있고 해서 빨리 끝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밤 10시 40분이 돼서야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이후 시상식이며 폐회식을 보지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12시가 돼서야 대회가 끝났을 것이다.

대회가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다 보면 별일이 다 생긴다. 선수들이 대기하다 조는 것은 기본이며, 경기의 판정을 책임질 심판이 정신을 잃고 실신하기까지도 한다. 또한 늦은 밤일 수록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하였다. 대회 일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와 임원, 심판 등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제도 개선이 분명히 필요해 보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이번 경험은 대회 개최지 마다 가지고 있는 문화와 종교특성인 만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로칼 대회가 아닌 국제대회다. 해당국가 선수들만 참가하는 것이 아닌 다른 나라 선수, 임원, 심판들이 참가한 대회다. 그렇다면 국제표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대회운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 외국 선수단 참가도 늘어날 것이니 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연맹에서 승인하는 대회라면 최소한 대회 일정 및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WTF 대회 일정 및 운영에 관한 지침서’가 필요로 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단들의 편의와 건강, 안전을 위해서 말이다. (끝)

다음 시간에 ‘태권도를 통해 본 이슬람 종교의 문화’ 2편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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