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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16 <이집트 태권도장 건립기> 공사를 해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2)

[아스완 꿈의 태권도장 건립기 3 -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직면 - 2009년 11월 2일]

(2편에 이어) 부지가 변경되고 나서 정말 힘겹게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를 위해 긴 담벼락을 철거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불도저에서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담벽을 허무는데 그 보다 마음이 시원할 수 없었다. 이튿날 기초공사가 빠르게 진행됐다. 건축물이 들어설 자리에 경계측량을 한 뒤 하얀 백묵으로 줄치기와 기초공사를 위한 가설공사가 시작됐다. 일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마음을 푸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공사가 중단되고 재개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중단(2009년 11월 2일)됐다. 부지를 제공한 수원기관의 또 다른 ‘태클’ 때문이다. 벌써 두 번째다. 정문 위치를 당초 계획했던 곳과 전혀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수원기관의 요청대로라면 설계를 전면 수정해야 하고, 이미 진행된 기초공사 역시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공사 중단 사실을 건축주인 내가 알리지 않은 채 시공사 담당엔지니어에게 직접 지시했다.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방해’를 하는 것 같아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이날 오후 클럽 사무실 행정 책임자를 찾아갔다.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사자는 “왜 무슨 일 있느냐”며 태연하게 날 맞았다. “정말 내가 왜 찾아왔고, 왜 화가 나있는지 모르겠느냐”고 따졌다. 역시나 “난 모르겠다”고 일관했다. 더욱 큰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난 원래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 할 것 이다. 그러니 더 이상 일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방해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클럽 측은 “우리가 왜 방해하겠는가. 클럽 운영에 맞도록 하려고 했던 것뿐이다”이라며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클럽에서 공사를 중단시킨 이유는 다음과 같다. 태권도장이 들어설 아스완스포츠클럽 구조는 ‘스포츠클럽’과 ‘멤버십클럽’으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하나의 클럽이지만 별도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클럽은 축구, 농구, 핸드볼, 탁구, 태권도, 가라테, 쿵푸 등 생활 스포츠 및 엘리트 육성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멤버십클럽은 지역 내 주민을 대상으로 클럽에서 문화, 여가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소와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클럽과 스포츠클럽과 다른 점이 있다면 멤버십클럽은 적지 않은 가입비와 연회비를 받는 것이다. 실제 멤버십클럽을 사용하는 주민 대부분은 아스완 지역에서 상류층에 속한다. 일종의 사교장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클럽의 구조는 멤버십클럽과 스포츠클럽을 사이에 두고 높은 담이 쌓여있다. 멤버십클럽 존은 회원카드를 소지한 사람만 입장이 가능토록 되어있다. 특히 스포츠클럽 소속 수련생과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다.

클럽 측은 이러한 문제로 태권도장의 위치를 반강제적으로 변경을 요구했다. 클럽 측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태권도장의 위치가 멤버십클럽과 스포츠클럽에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건축을 위해 가로 막혀있던 담장까지 허물었기 때문이다. 클럽 측은 이 것 때문에 향후 멤버십클럽 운영에 미칠 영향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도장이 완공되면 멤버십클럽 회원도 아닌 태권도 수련생과 그 가족들이 출입하게 될 것을 대비하고 있었다. 나아가 멤버십 회원도 아닌 수련생이 클럽에 자주 오고가는 것을 기존 멤버들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수련생들로 인해 멤버십클럽 격이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멤버십클럽에 회원 일부가 잘사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수련생들이 왕래한다고 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초의 건축도면. 클럽에서 요구한대로 정문 위치를 변경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아무튼 우리가 생각했을 때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일이다. 이집트와 지역적인 문화를 알고 나면 왜 그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이집트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계급화가 존재한다. 그 기준은 부와 권력, 직업 등이 잣대가 된다. 소위 잘사는 집 자녀들은 바깥에서 놀지 않는다. 어울리지도 않는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신분에 맞지 않는 사람과 어울릴 경우 격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클럽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태권도장이 다른 스포츠종목과 같이 멤버십클럽 출입문이 아닌 스포츠클럽 출입문을 이용해라는 것이다. 만약 태권도장만 멤버십클럽을 통해 입장하도록 하면 다른 종목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클럽의 정문을 측면으로 옮기고 멤버십클럽에 얼씬도 하지 말고, 보이지도 않게 높은 담장까지 쌓아 라고 까지 했다.

클럽 측에 요구가 지나친 것은 아니었다. 운영 목적에 맞추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괜한 오기가 더 크게 발동했다. “부지는 클럽에서 제공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도면 변경은 어렵다. 멤버십클럽과 차단을 원한다면 관련 비용을 클럽에서 부담하라”고 말한 뒤 “건축주는 분명히 나와 대한민국 정부이지 클럽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고용한 엔지니어에게 공사를 해라 말아라 할 권리가 없는 것 아닌가. 오버(월권)하지 말라”고 강경하게 요구했다.

실제 이날 나는 매우 화가 나서 격양돼 있었다. 좋은 말이 나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첫 말을 내뱉은 뒤부터 큰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동행했던 협회장은 클럽 책임자를 의식해서(권력에 매우 약한 스타일. 평소 클럽 행정책임자 앞에서 눈치를 많이 살핌)인지 원만하게 일을 해결하자는 식으로 나를 말렸다. 상황적으로 내 편을 들어야할 협회장이 오히려 반대편에 입장에서 변호하듯 나오니 흥분은 최고조에 올라갔다.

내 말이 모두 끝나자 클럽 측 책임자는 “알겠다. 그렇게 해라. 대신 측면에 비상구를 하나 만들어라. 정문은 개관식날 VIP가 입장하는 것으로 사용하고, 이후에는 폐쇄하고 비상구를 사용하는게 어떻겠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또 했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은 사람이라 그저 헛웃음 밖에 안 나왔다. 또 다시 흥분됐다. “태권장에 VIP는 우리나라나 이 나라 대통령, 주지사가 아니라 수련생이다. 또한 태권장의 주인은 태권도 수련생이 될 것이다”고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아 “다시 한 번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공사를 방해하면 공사를 중단하겠다. 이곳이 아니라도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클럽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사 시작 전부터 일에 협조를 잘 해주지 않아 제2의 부지를 물색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대화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와도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동행했던 협회장이 또 다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책임자가 그런 이유는 따른 게 아니다. 돈을 달라는 표시다. 이집션은 내가 잘 안다. 그러니 돈을 조금 찔러주면 앞으로 협조를 잘 할 것이다”고 말한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무상으로 도장을 지어주는데 무슨 뒤로 돈을 줄 수 있느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원기관 최고 책임자가 그럴 수 있느냐. 믿을 수 없다. 그러더라도 절대 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정말 돈을 원해서 그런 거라면 이 나라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협회장은 내 말 뜻을 이해한 줄 알았더니 “돈을 준 사실은 누구도 모르게 하겠다. 돈을 안주면 앞으로 일에 계속 방해가 될 것이다”고 재차 어이없는 요구를 해왔다.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기 위해 이날 자정 클럽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격앙된 목소리로 상황을 이야기하자 그는 “책임자가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신경 쓰지 말고 원하는 대로 공사를 진행해 달라”고 했다. 지난 번 부지 변경 때문에 공사가 중단 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흥분을 가라앉게 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참으로 예기치 못한 일들로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크고 작은 일이 생기면서 내 스트레스는 쌓여가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오늘이 마지막이거니 하고 위안을 삼았다. 과연 이게 끝일까?  (다음편에 계속)


* 아스완(Aswan) : 
아스완은 이집트 최남단 도시로 이집트 나일강의 시작점으로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다.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1천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인구 120만명의 주도이다. 세계 문화유산 아부심벨(람세스2세)과 이시스신전 등 유명 관광지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이다. 또한 세계 최대규모의 하이댐이 1971년 건립돼 관개용수, 수력발전 등과 나일강 범람을 막고 있다. 태권도는 2006년 뒤늦께 보급이 시작되었지만, 매년 끊임없이 수련생이 늘어나고 있어 태권도장 건립을 계기로 이집트 지방 태권도의 메카로 부상을 꿈꾸고 있다. 


2010/02/03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장 건축기] - 흥분의 첫 삽 뜨자마자 공사 중단이라니
2009/11/09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장 건축기] - 이집트 최남단 도시에 태권도 프로젝트 시동
2009/08/23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모래밭에서 열린 열악한 태권도대회
2009/06/09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6개월 만에 열린 아스완의 승급심사


[by 한혜진의 태권도산책 - 이집트 in 태권도]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www.taema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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