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in 태권도 by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야기]
이집트 내 한인사범 현황 - 노승옥 사범, 아랍어 공부하러 갔다 이집트에 첫 태권도 보급


이집트에서 인류 문명이 시작되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태권도가 시작되었다. 이집트 역시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인 사범에 의해 태권도가 보급되었다. 오늘은 역대 이집트에서 활동한 한인 태권도 사범 현황을 살펴본다.

이집트에 첫 태권도가 시작된 것은 1974년. 당시 아랍어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갔던 노승옥 사범에 의해서다. 노 사범은
1978년까지 개인자격으로 한국인으로 최초로 이집트에 태권도를 보급했다. 초석을 다진 노 사범은 휴가차 고국에 방문했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이집트는
1978년 국가 태권도협회를 구성했다. 이듬해에는 세계태권도연맹(WTF)에 가입하게 된다. 이후 우리나라 정부에서 이집트에 정식으로 태권도 사범을 파견하기 시작했다(이를 정부파견 태권도 사범이라 칭한다).

초대 정부파견 태권도 사범은 김승주 사범이다. 1979년 당시 중앙정보부 소속으로 파견되어 1981년까지 현지에 태권도 기틀을 닦았다. 이어 정성홍 사범(안전기획부 파견)이 바통을 이어받아 1984년까지 지도했다. 특이한 점이라면 이때까지만 해도 현 국가정보원에서 태권도 사범을 파견했다. 태권도 지도 업무 이외 현지 정세 등도 함께 조사해 본국에 보고했다.

84년부터는 외교통상부(당시 외무부)에서 해외 태권도 정파사범 업무를 담당했다. 그 해 대한체육회에 근무하던 정기영 사범이 자원하여 이집트에 파견됐다. 이어 86년 임한수 사범이 추가 파견됐다. 두 한인 태권도 사범이 주축이 되어 이집트 태권도는 급성장하게 된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하여 각종 국제대회에서 줄곧 상위에 입상하는 등 큰 성과를 이뤄냈다. 오늘날 이집트가 세계 태권도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임한수 사범은 이집트 최고 엘리트인 경찰대학에서 태권도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해 전교생을 지도했다.]

정기영 사범(1984~1998)과 임한수 사범(1986~2007)은 모두 현지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후 정년퇴임했다. 정기영 사범은 퇴임 이후 이집트 현지에서 개인 태권도장 운영과 품새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다. 임한수 사범은 2007년 임기종료 후 코이카 시니어 봉사단원으로 다시 이집트로 돌아가 태권도를 통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후 코이카 해외봉사단을 통해 한인 사범 파견이 줄을 잇고 있다. 임권배 사범(2005~2006)은 1년간 알렉산드리아에서 봉사 활동했다. 정형주 사범(2007~2009.10, 2년) 역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오는 10월까지 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한혜진 사범(2008~2010, 7, 2년 3개월)은 한국 사범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집트 최남단 지역인 아스완에 파견되어, 중부이남 지역의 클럽 지도자 교육 및 양성과 수련생 교육을 하고 있다.

한편, 2008 베이징올림픽 태권도대표팀에 김상천 사범(경민대 태권도외교과 교수)이 2년 여간 감독을 맡은 바 있다. (끝)

2009/05/15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인류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 in 태권도 보급과 현황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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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야기 - 이집트 in 태권도]

종교적인 문화에 따라 생활습관이 다소 차이가 있다. 외국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존중하라고 한다. 또 인종과 종교를 차별하지 말라고 한다. 이집트에 오자마자 대사관 홍보관은 현지인들의 종교 문화를 절대적으로 존중하고 방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무슨 큰 어려움이 있을까 했다.

이집트는 인구의 85%가 무슬림이다. 국교 역시 무슬림이다. 10%의 콥틱교(기독교)와 5%의 타종교가 있다. 홍보관이 강조한 종교는 역시 무슬림 이다. 어느 곳을 가던지 이 나라라 이슬람문화라는 건은 누구나 알 수 있다. 하루에 다섯 번 예배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가 울러 퍼지고, 곳곳에는 예배를 드리는 모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태권도를 지도하는 나로서 종교적인 갈등은 당연히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현지 생활이 길어지면서 미묘한 내적 갈등이 생겨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자세한 이유에 대해서는 차차 이곳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밤이 늦도록 대회장에 남아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이집트인들]

오늘은 태권도를 통해 본 이슬람 문화 첫 번째 이야기다.

지난 2월 이집트 중심도시 알렉산드리아에 다녀왔다. 태권도 대회 때문이다. 그런데 종교적인 문화로 인하여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해외의 수많은 태권도 대회장을 다녀봤지만, 그 대회처럼 늦게까지 진행되는 것은 처음 경험했다. 대회 중간마다 예배를 들이느라 경기가 중단되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대회가 끝나는 상황에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 6월(2008년) 이집트에 온 후 현지에서 열린 대회 참가는 그 대회가 처음이었다. 지방에 있는 관계로 수도와 주변 도시에서 여러 차례 대회가 있었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다 이집트에서 개최하는 ‘국제 오픈대회’라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스완에서 기차를 타고 20시간의 긴 여정 끝에 대회 개최지인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했다. 대회가 시작도 하기 전에 몸이 천근만근 지치고 힘들었다.

대회 첫날. 대회는 오전 9시부터 시작이다. 그런데 집결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심판이며 집행부는 보이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집트에서는 흔한(?)일이라 그 누구도 불평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서두르지도 않는다. ‘천하태평’ 그 자체였다.

성격 급한 한국 사람으로서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10시가 되어서야 대회 관계자들이 한두 명씩 자리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전자호구로 대회를 진행한다며 시스템 정비를 이유로 한 시간을 또 보낸다. 옆에서는 서로 웃고 떠드느라 정신이 없다. 참고로 이집트인들은 대체적으로 말이 많다. 그래서 가끔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그나마 태권도 인들은 말이 적고 점잖은 편에 속한다. 자기 절제라 할까. 아무튼 대회가 예정보다 늦어지는데도 관중들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 20년 넘게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는 정기영 사범은 “(대회 시작이 늦어진 것) 이건 약과다. 조금 있으면 기도한다고 쉬고, 조금 더 있으면 점심 먹는다고 쉬고, 그러다 날 센다(웃음)”며 이집트 대회 문화를 간략히 귀띔 해줬다. 아니나 다를까 12시가 되자 심판이며 집행부며 모두가 경기장을 빠져나간다. 예배 때문이었다. 여하튼 30여 분 동안 기도가 진행되고 점심식사가 곧바로 이어지고 이렇게 해서 대회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늦게 끝났다. 대회 첫날은 밤 11시 30분에 끝났다. 둘째 날은 더욱 늦게 끝이 났다. 그나마 오전부터 시작돼 다행이다 싶었다. 늦어질 경우 대회 일정에 큰 차질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도 선수단은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대회 운영 관계자들도 큰 불만 없이 맡은바 임무를 충실히 했다. 신기할 따름이었다. 대회 심판은 이집트인들뿐만 아니라 유럽, 팬암에서 온 국제심판들도 상당수 있었다. 많이 피곤할 만 했을 텐데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이집트에서 오랜 사범생활을 하신 임한수 사범께서는 “새벽 2~3시에 대회가 끝날 때도 있다. 처음에는 약간 당황스럽고 힘들 수 있지만, 선수들이나 집행부 모두 이 문화가 익숙하다”고 이집트 대회 문화에 대해 설명해줬다. 그러면서 “다른 이슬람권 나라들도 이집트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대회장 임대비용 절감과 종교 활동 등 때문이었다. 

마지막 날은 시상식도 있고 해서 빨리 끝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밤 10시 40분이 돼서야 마지막 경기가 끝났다. 이후 시상식이며 폐회식을 보지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아마도 12시가 돼서야 대회가 끝났을 것이다.

대회가 늦은 시간까지 진행되다 보면 별일이 다 생긴다. 선수들이 대기하다 조는 것은 기본이며, 경기의 판정을 책임질 심판이 정신을 잃고 실신하기까지도 한다. 또한 늦은 밤일 수록 부상자가 속출하기도 하였다. 대회 일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와 임원, 심판 등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제도 개선이 분명히 필요해 보였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이번 경험은 대회 개최지 마다 가지고 있는 문화와 종교특성인 만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로칼 대회가 아닌 국제대회다. 해당국가 선수들만 참가하는 것이 아닌 다른 나라 선수, 임원, 심판들이 참가한 대회다. 그렇다면 국제표준(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대회운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 외국 선수단 참가도 늘어날 것이니 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연맹에서 승인하는 대회라면 최소한 대회 일정 및 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WTF 대회 일정 및 운영에 관한 지침서’가 필요로 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단들의 편의와 건강, 안전을 위해서 말이다. (끝)

다음 시간에 ‘태권도를 통해 본 이슬람 종교의 문화’ 2편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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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동양보다 서양에서 열린 대회가 재밌다?

* 작성일 :  2009/02/07

태권도는 올해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다. 10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를 통해 2016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잔류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낙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IOC에서 지적한 경기의 재미를 주기위해서 세계태권도연맹(WTF)을 비롯한 산하 회원국들이 모두 경기 룰을 개정하느라 분주하다. 경기장을 좁히고, 기술 난이도에 따라 차등 득점제를 적용하고, 경기장 크기와 형태를 변경해보고 단체마다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경기룰 개정만으로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태권도 경기는 스포츠다. 관중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동요도 필요하다. 관중들의 다양한 응원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껏 수많은 태권도 경기를 찾았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종 대회를 다녔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1999년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시드니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선발전, ▲2005 스페인세계선수권대회, 그리고 며칠 전 이집트에서 열린 ▲알렉산드리아 국제태권도오픈대회 등 약 3군데를 꼽는다. 이들 경기가 아직까지도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관중들의 응원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기에 열광하는 관중들이 있어 보는데 흥이 났다는 것이다. 거기에 선수들은 화답하듯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쳤다.

도장에서는 엄숙하게 진행하더라도 대회장에서 만큼은 선수나 관객 모두가 즐길 줄 알았으면 한다. 그런 부분에서 동양에 비해 서양에서는 태권도 경기를 보다 즐길 줄 아는 것 같다. 굳이 차이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열광(熱狂, 너무 기쁘거나 흥분하여 미친 듯이 날뜀. 또는 그런 상태)’에 있다. 동양에서는 마음속으로만 열광을 한다. 우리나라는 괜한 주변을 의식해서 더욱 그렇다. 이에 반해 서양은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망설임 없이 열광한다. 그래서 태권도 경기가 서양에서 보면 더욱 재미있고 신이 난다.

앞서 언급한 99년 역도경기장에서 열린 시드니올림픽 파견 국가대표선발전은 태권도 사상 첫 올림픽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만큼 경쟁이 과열됐다. 그래서 각 대학팀들은 일반 학생들까지 경기장을 찾아 다양한 응원을 펼쳤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집행부가 대회 진행과 방송중계에 방해된다며 선수단들의 응원을 중단 시켰다. 이후 국가대표 선발전 등 큰 대회에서도 각 대학들의 응원전이 과열될 때면 심판판정에 방해된다며 응원을 못하도록 했다. 관중의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하게 잘 구경하다 맥이 풀렸다.

2005년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지금도 잊지 못할 정도로 흥분이 남아있다. 5천여 명이 넘는 순수 일반인 관중들이 보여준 응원 때문이다. ‘쿵!쿵! 딱!딱!’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손뼉을 부딪치며 발을 구르며 응원을 펼치는데 입이 딱 벌어질 정도였다. 이 때문에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 중 국제대회 경험이 부족한 일부 선수들은 그 응원으로 위축돼 재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기도 했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은 야구와 축구도 언밀 하게 따지고 보면 시종 흥미와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경기를 매개로하여 여러 관중들이 모여 서로 응원하면서 즐기는 가운데서 재미를 찾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2 한일월드컵이다. 축구를 그렇게도 싫어한다는 여자들은 물론 전 국민이 빨강티를 입고 집밖을 나가 응원하지 않았는가. 정작 중요한 것은 태권도 경기장에 응원문화를 일으킬 관중이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태권도에 열광하는 이집트인들]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사흘간 이집트에서 열린 제3회 알렉산드리아 국제태권도오픈대회 마지막 날, 이집트와 리비아 간에 종합우승을 놓고 막판 접전이 펼쳐졌다. 경기장에 선수들의 경기보다 관중석에 응원전이 더욱 흥미로웠다. 홈팀 이집트는 전통 악기와 추임새로 흥을 돋우며 응원하고, 원정에 나선 리비아도 홈팀에 질세라 국기를 휘날리며 응원했다.]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ㅣ www.ilovetk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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