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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07 “한국은 이란에 태권도의 열정을 배워라” (5)


“이란은 한국에 태권도의 이론을 배워야 한다. 한국은 이란에 태권도의 열정을 배워야 한다”

이란태권도협회 세예드 모하마드 풀럿갸르 회장(49, Seyed Mohammad Pouladgar)의 말이다. 다름이 아니라, “이란 태권도가 많이 성장했는데, 아직도 한국에 배울 게 있느냐? 반대로 한국이 이란에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한참을 생각하다 이렇게 답했다.

태권도 하면 떠오른 나라는 단연 한국이다. 그러나 이제 이란도 만만치 않다. 태권도를 대표하는 나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태권도 실력은 아직 한국에 뒤지지만, 열정만큼은 우위라고 자부했다. 최근 방한한 풀럿갸르 회장을 <무카스>가 만났다. 이란 태권도를 이끄는 수장에게 이란과 한국 태권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란은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가장 위협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세계태권도연맹 세계랭킹에서도 8체급 중 5체급이 이란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남녀 통틀어 여자부 황경선이 유일하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부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실력은 최강이지만 태권도 정신과 이론만큼은 아직도 종주국 한국에 배울 점이 많다고 한다. 반면, 한국은 태권도를 보다 열정적으로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태권도 수련인구는 약 18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란협회에 정식 등록된 인원은 150만 명, 그 외 30만 명이 등록을 하지 않고 수련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태권도만 전문으로 가르치는 클럽과 도장 수는 3천800곳이 넘는다.

이란 내에서 태권도의 인기는 상상 그 이상. 축구가 가장 인기가 높다. 그다음이 국기인 레슬링과 태권도가 줄다리기 중. 레슬링은 여자부가 없지만, 태권도는 있다.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딴 사라 선수의 경기가 이란에 생중계돼 국민들에게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태권도는 남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무도 스포츠라는 점이 강조된 것이다.

국민들의 관심과 인기가 높아지자 이란태권도협회는 수년 전부터 정부 고위층에 ‘국기 전환(레슬링→태권도)’을 요청한 상태. 호의적인 반응이 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해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 머지않아 이란의 국기가 한국처럼 태권도가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란 태권도 열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만 37년 넘게 독주! 한국인이 반한감정 만들었다"


이란은 한국의 ‘강적’이 되었다. 더는 한국을 도전하는 나라가 아니다. 이미 몇 차례 한국을 무너트렸다. 그래서일까. 강력한 맞수가 되다 보니 유독 이란만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위해 방문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남자부보다 전력이 약한 여자팀만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잠시 다녀갔다.

경기 태권도에서 한국과 이란은 이제 가까이할 수 없는 ‘불편한 관계’가 됐다. 국제대회에서 만나도 신경전이 대단하다. 한 수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던 것은 ‘옛날이야기’가 됐다. 오히려 한국이 이란으로 전지훈련을 가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유독 이란만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오지 않는다. 혹시 배울 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가”라고 질문을 툭 던졌다. 이에 풀럿갸르 회장은 난감한 웃음을 지은 후 “기술이 많이 향상되었다. 이제는 기술보다 이론에 집중할 때라 판단하고, 앞으로 5년간의 계획을 세웠다”며 “자체적으로 훈련하면서 예산을 줄이고, 전문인 양성을 위하는데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대회에 가면 한국선수단이 출전하는 경기에는 야유가 터져 나온다. 그 중심에는 이란이 포함돼 있다. 가끔은 주도적이기도 하다. 혹시 ‘반한감정’이 있는 게 아닐까 해서 회장에게 직접 물었다.

“반한감정은 전혀 없다. 그런 감정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경기장에서만 있을 뿐이다. 그 이유는 공정하지 못한 심판판정에서 시작됐다. 유독 태권도만 그것도 한국만 37년 넘게 독주하고 있다. 태권도와 한국만 유일하다. 만약, 이란만 일방적으로 이런 생각을 했더라면,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비난했을 것이다. 경기장에서 반한감정은 한국인이 만들어 냈다. 최근에는 전자호구가 도입되면서 이런 감정이 많이 불식되어가고 있다”

혹여 질문에 대한 답이 무겁거나 주변에 듣는 한국 사람이 기분이 상하지 않을까 우려해서인지 “이란은 동양 사람을 좋아한다. 그중에서 한국 사람을 가장 좋아한다. 국영TV에서 대장금과 주몽 같은 한국드라마가 방영돼 한류열풍이 불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신과 선수단 모두 한식도 잘 먹는다고 자랑을 했다.

이란 태권도에도 한국의 피가 흐르고 있다. 이란에 태권도를 보급하고 중흥을 이끈 사람이 모두 한국인이다. 최초 태권도 보급은 이란혁명(1979년, 팔레비) 이전인 1971년 김수련 사범(오도관)에 의해서다.

혁명 이후 1985년 이란 태권도 대부로 알려진 강신철 관장이 파견됐다. 이때까지 이란 태권도는 무도협회 산하에 가라테와 유도 등과 함께 섞여 있었다. 87년 무렵 독립해 태권도협회를 조직했다. 강신철 관장은 아직 이란태권도협회 기술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신적인 지주가 되고 있다.

풀럿갸르 회장은 강신철 관장에 대해 “누구보다 청렴하다. 솔선수범한다. 태권도에 대한 사랑이 말하지 않아도 몸에 배어 있다. 태권도를 통해 사람됨을 먼저 가르친다”고 이야기했다.


풀럿갸르 회장, 가라테, 유도에 이어 선택한 태권도


풀럿갸르 회장 역시 태권도 인이다. 국기원 공인 7단. 62년생인 그는 이란의 경제도시 이스파한(Isfahan)에서 태어나 30대 초반까지 그곳에서 생활했다. 개인 사업을 하다 요즘은 태권도와 관련된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

태권도는 열일곱 살 때 처음 시작했다. 앞서 가라테와 유도를 각각 1년씩 경험했다. 무술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중 고르차니라는 이란 태권도 사범을 만나게 된다. 그를 태권도에 입문하게 한 스승이다. 그 사범의 성품에 반해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는 요즘 모든 생활이 태권도다. 이란태권도협회장을 맡으면서 ‘리그전’을 자국 내 인기 스포츠로 성공하게 했다. 최고의 선수들을 발굴해 세계적 스타로 육성시켰다. 정부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이끌어 냈다. 지난해에는 종주국도 없는 거대한 태권도전용훈련장을 건립했다. 태권도대학과 아카데미를 설립해 전문인력 양성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시아태권도연맹(ATU) 부회장과 세계태권도연맹(WTF) 집행위원, WTF 전자호구특별위원회 위원 등 국제적인 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태권도에 푹 빠진 이유는 뭘까.

“과거 이란은 이라크와 8년 동안 전쟁을 했다. 당시 젊은 용병들과 어렵게 싸웠다. 이때 태권도 덕분에 스스로 보호하고 내면을 이겨냈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태권도가 아닌가 생각했다. 이후에 부하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그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태권도가 참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이란 국민들에게도 이 좋은 태권도를 알리고 있는 것이다”

그가 생각하는 태권도에 장점은 무엇일까.


“태권도는 단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운동이 아니다. 강한 정신과 국가에 대한 애국심, 부모님에 대한 예의, 정의로움을 얻을 수 있다. 이게 태권도의 가장 특별한 장점이다. 이란 국민들은 그래서 태권도를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를 통해 무한한 열정과 에너지가 생긴다고 한다. 태권도를 수련하는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흡족해한다”

마지막으로 풀럿갸르 회장은 “이란에서 태권도는 최고의 인기를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지원도 든든하게 받고 있다. 작년에 태권도센터와 아카데미를 설립했다”며 성장에 자부심을 나타내면서 “기술적으로 최고 수준에 올랐지만 아직 부족한 게 있다. 태권도의 올바른 정신과 가치를 확산시킬 전문 지도자 양성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풀럿갸르 회장은 “전문대학에 태권도학과가 활성화돼 전문인이 많이 양성될 수 있도록 국기원과 한국 태권도대학들과 잦은 교류를 하고 시작했다”며 “이란도 한국처럼 문무를 겸비한 태권도인이 많이 양성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by 무카스 = 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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