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태권도에 대한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가라테가 태권도에 비해 수련생이 많고 인지도가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가라테는 줄고, 태권도는 늘어나고 있다.

이집트에 태권도 수련인구는 2만5천여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수도권에 한정돼 있다. 중부 이남지역의 태권도 수련인구는 1천명 미만이다. 수많은 도시 중에 태권도를 배울 수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아스완은 2006년부터 태권도가 시작됐다. 2008년 아스완에 파견된 나는 지역에 인지도가 부족한 태권도를 알리고, 정확한 기본기술을 전수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한국사람 이상 성급한 이집션들은 곧바로 발차기와 겨루기를 배우기를 원한다. 하지만 설득하다시피 해서 기본기를 1년 넘도록 반복했다.

초창기에는 지역에 태권도를 알리기 위해 협회장을 통해 지역신문,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홍보를 했다. 태권도 사범이라고 소개하면 “아~ 가라테 비슷한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태권도와 가라테의 다른 점을 알릴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활동한지 1년이 넘은 뒤로부터는 지역 및 중앙 언론과 방송국에서 먼저 인터뷰를 요청해 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코이카 현장사업 프로젝트로 아스완에 '태권도 전용 훈련장'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지역 내에서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직 축구, 핸드볼, 배구, 농구 등 구기종목만 좋아하고, 지원하던 주정부에서도 태권도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2월 28일 그간 여러 차례 방송과 인터뷰를 했지만, 특별한 방송을 했다. 남이집트 방송을 총괄하는 채널8번 TV 메인프로그램인 <쉐라 가눕, South street> 프로듀서가 방송 출연을 요청해 온 것이다.

이 방송은 매일 생방송으로 남이집트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집트 사회의 이슈와 화제, 현안 등을 주제로 45분간 방송한다.


28일 방송 주제는 ‘건강’이다. 이집트 사람들이 갈수록 건강을 해치는 음식과 음료를 과다 섭취함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경고와 대안을 제시하는 내용이다. 이에 건강한 식습관과 관리요령을 위해 의사, 보건부 책임자가 먼저 출연했다. 심각한 경고성 메시지를 남기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태권도를 건강한 몸을 만드는데 좋은 운동이라고 소개했다.

방송에는 나와 현지 태권도협회장, 여성 수련생 1명 등 3명이 출연했다. 이집트에서 방송 인터뷰는 6차례 경험이 있지만,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출연한 것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서툰 아랍어로 방송을 해야 한 까닭에 조금 긴장이 됐던 게 사실이다.

방송에 앞서 박진감 넘치는 국기원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이 참고 영상으로 소개됐다. 사회자는 지역 태권도에 대해 먼저 물었다. 이어 내게 어떻게 이곳에 태권도를 가르치고 오게 되었는지, 수련생 실력은 어느 정도 되는지, 현지 생활은 어떤지를 물었다. 태권도를 수련하면 어디에 좋은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출연한 협회장은 지역 태권도 활성화를 위해 내가 한 역할과 태권도장 건립과 수련용품을 기증해 준 한국 정부와 코이카 단체에 대한 설명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래는 내가 할 내용인데 협회장이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해줬다.

17분여 생방송으로 진행된 방송은 시간관계상 끝이 났다. 프로듀서와 사회자는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아쉽다며 다음 달에 태권도 특집으로 다시 하자고 제안했다. 방송 전 화면자료를 통해 태권도를 처음 접한 사회자는 당장 자녀 2명에게 태권도를 배우게 하겠다고 하자, 옆에 있던 프로듀서도 자녀가 3명 있는데 함께 보내겠다고 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출연해 혹여 실수는 하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그런데 프로듀서는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아랍어가 유창(가장 기초적인 단어만 반복한 수준인데 외국인이 말하는 것이라 높게 평가해준 것)해 방송이 매우 잘 됐다”면서 “앞으로 종종 출연해서 이집트 사람들에게 좋은 건강 상식과 현지 생활 경험담을 이야기 해달라”고 말했다. 어쨌든 방송 책임자가 만족해 하니, 다행이다 싶었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 주정부를 지나치다 주정부 부지사를 우연히 만나게 됐다. 그는 “어제 방송 잘 봤다. 그동안 지역에 태권도가 이렇게 활성화 되고 있었는지 몰랐다. 내가 도와줄게 있으면 언제든지 요구하라”고 말했다.




* 한국국제협력단 - 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한국국제협력단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인도주의적 정신과 지구촌 공동체 속에 운명을 함께 한다는 상호 의존성의 인식에서 우리나라의 개발 경험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개도국과 동구권국가 등 특정협력대상국가들에 대해 우리의 인력과 자본을 제공하여 그들 국가의 경제·사회발전을 지원하고 인도적 견지에서 최빈국 주민의 복지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음은 물론, 천재지변 등으로 인한 재난구호에도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이다.

※ 한국국제협력단 실시 주요 국제협력사업 ① 연수생 초청훈련사업 ② 전문가 파견사업 ③ 청년해외봉사단 파견사업 ④ 의료단 및 태권도사범 파견산업 ⑤ 무상자본 원조사업 ⑥ 직업훈련지원사업 ⑦ 개발조사사업 ⑧ 해외이주 및 취업사업 ⑨ 홍보사업 ⑩ 연구조사사업 ⑪ 교육협력사업 ⑫ 사업지원


[BY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 이야기 - 이집트 in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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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illerich.com BlogIcon killerich  수정/삭제  댓글쓰기

    테마시스님 축하드립니다^^.. TV출연까지^^..
    태권도 많이 알려주세요^^..

    2010.03.02 09:08 신고
  2. 土卵  수정/삭제  댓글쓰기

    뜨거운 나라에서 뜨거운 열정만큼 날로 좋은 결실을 맺어 가슴이 뿌듯하네요, 용기 잃지마시고 마지막 귀국하는날까지 건강 유지시키며 화이팅 하시기 바랄뿐입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려요 ㅎㅎ^^ㅎㅎ

    2010.03.04 08:40 신고

며칠 전, 이집트에 생활하면서 아주 특별한 나들이를 다녀왔다.

2월 22일. 아스완에 함께 활동하는 동료와 아부심벨에 다녀왔다. 아부심벨은 절대 권력을 지녔던 람세스 2세의 위대한 위력을 느낄 수 있는 신전이다. 바위굴형태의 신전으로 약 3천 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이다.

1971년 나일강 범람을 막고자 하이댐이 건설되면서, 이 위대한 신전이 수장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유네스코가 서둘러 지상 55m 위로 안전하게 원형 그대로 이전에 성공했다. 만약 이때 수장되었더라면, 람세스 2세의 발자취는 책에서나 찾아봤어야 했을 것이다.

앞서 난 아부심벨에 이미 두 번이나 다녀왔다. 가까운 아스완에 사는 까닭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다. 아부심벨은 아스완 시내에서 차로 3시간 이상(편도) 가야 한다. 사막 도로를 300킬로미터를 달려야 하는 까닭에 외국인은 정해진 시간에 경찰 호위를 받아야만 다녀 올 수 있다.

연중 2회. 람세스 2세 신전 내부 성소까지 햇빛이 비친다.

이날 아부심벨을 가야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매년 2회 이집트 대표적인 축전인 아부심벨 페스티벌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1년에 딱 ‘두 번’ 빛이 신전 깊은 성소까지 들어오는 날 열린다. 그게 2월 22일과 10월 22일이다.

2월 22일은 람세스 2세의 생일이고, 10월 22일은 대관식으로 알려졌다. 이 특별한 날에만 햇빛이 신전 내부를 비춘다는 것이 매우 신기하다. 계획에 의한 것인지 우연인지도 수수께끼다. 3천 년 전에 이런 모든 것을 계산해 했다면 고대 이집트인들은 진정 두뇌가 좋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귀국(7월)을 앞두고 마지막 있는 해맞이 행사로 가기 전에 꼭 봐야 했다. 멀리 외국에서도 이 진기한 현상을 보기 위해 찾는데, 가까이 살면서 구경한 번 못한 것은 평생의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전은 해가 뜨는 정면으로 정확히 동쪽을 바라보게 지어졌다. 이 신비로운 장면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현지인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아부심벨을 찾는다. 이날만큼은 이른 새벽부터 개장해 신전 정문을 기점으로 긴 행렬이 이어진다.

10월 행사에는 수만 명이 찾는다고 한다. 또한 흥을 돋우기 위해 신전 주변에는 이집트 전통 악기와 음악에 맞추어 공연이 벌어진다. 또한 직접 방문객과 함께 전통문화 체험도 이뤄진다. 난 이날 현지인들과 어울려 춤을 추고 노래도 함께 불렀다.

아부심벨의 2월은 겨울이다. 해는 새벽 6시 30분경에 떠오른다. 해가 뜨기 전 신전 정면인 나세르호수 주변은 온통 붉은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잠시 후 조그마한 산등성이에서 들끓는 햇빛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같은 시간 신전 앞은 말끔한 제복을 입은 현지 경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입구에는 도착 순서대로 대기한다. 마침 우리 일행은 일찍 도착해 정문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대기할 수 있었다. 이건 행운이었다. 사실 성소에 햇빛이 들어오는 것을 직접 볼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솟아오른 햇빛은 이내 신전 내부를 비추기 시작했다. 신전 벽에서 서서히 밀려들어 간 햇빛은 아문신과 람세스2세, 라 호라크티신 등 조각상까지 비춘다. 이는 뛰어난 건축 기술과 상상력을 통해 태양과 신전의 관계를 나타내고 싶어 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열망을 보여준다.

햇빛이 신전 내부 성소를 비추는 시간은 단 20여 분. 이 짧은 시간 내에 수천 명의 관광객이 신전을 둘러보기는 무리다. 그래서 새벽 일찍 도착해 기다려야만, 이 거대한 위력을 경험할 수도 있다. 어쩌면 해가 비추는 것을 실감하고 보기란 그 시간이 매우 짧다. 단시간 내에 최대한 많은 사람이 봐야하기 때문에 한 줄로 성소 앞을 곧바로 지나야 한다.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행사 안내자들이 빨리 이동하라고 재촉을 한다. 단 3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성소를 지나면서 소원 하나를 빌었다.

아스완 '꿈의 태권도장' 건립이 순조롭게 완공되기를 간절하게 기도하고 왔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또 다른 목적이 하나 있었다. 코이카 협력요원으로 아스완에 현장사업 프로젝트로 태권도 전용 훈련장 신축공사가 한 창 진행 중이다. 공사 막바지가 되니, 여러 곳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현지인들과 관계에서도 전에 없었던 불미스러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문제가 하나 생기고 해결됐다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를 반복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문화적인 차이 때문으로 보인다. 새삼 정착 초기에 경험하지 못했던 문화 차이를 귀국을 앞두고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 이 일로 낯선 나라에 혼자된 것 마냥 정신적으로 조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중이다.

이때 람세스2세 해맞이 행사가 있다기에 신자가 기도를 불자가 불공을 드리는 마음으로 갔다. 이집트 땅을 호령하던 위대한 ‘람세스 2세’에게 지혜를 얻고, 무사히 일이 잘 마칠 수 있도록 기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공사현장에서 늘 사용하든 찌든 때가 묻은 설계도면을 챙겼다. 성소를 지나칠 때 해가 비추는 곳에 도면을 함께 비추고 “무사히 일이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기운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 영향을 받았을까. 이날 오후 그동안 골머리를 앓았던 문제가 말끔하게 해결됐다. 그리고 기분도 매우 상쾌해지고, 몸도 예전처럼 기운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아주 특별했던 나들이를 참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기간 일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내가 아는 모든 이들에게도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


[by 해니의 나일강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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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니의 나일강 산책 - 생활일기]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불수호란행(不須胡亂行)     어지러이 걷지 마라.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     오늘 나의 이 발자국은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뒤에 오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지니


 - 서산대사


백범 김구 선생 친필

내 책상머리 위에는 서산대사가 지은 한시가 붙여 있다. 이 시는 요즘 내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해준다. 개인적으로 남들이 하지 않은 일, 가지 않은 길을 가는 편이다. 쉬운 길, 편한 일을 찾으면 심신이 편할 텐데 말이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가 편하고,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난 늘 그래왔다. 가진 것 없어도 늘 자신감하나로 모든 어려움을 스스로 헤쳐 나왔다. 그래서 난 누구보다 내 자신을 믿는다. 그런데 요즘 그 자신감이 많이 수그러진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전에도 그렇듯 누구에게 도움 받아야 해결될 일이 아니다. 혼자 인내해야 할 일이다.

오늘 저녁 현지인 친구가 안부 전화를 걸어왔다. 지친 내 목소리를 듣더니, 저녁식사를 하자고 한다. 지친 것 같다며 몸보신을 시켜준다는 것이다. 일을 마치고 그와 만났다. 그가 지친 날 위해 아주 비싼 저녁밥(실제로 그의 아내 월급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사줬다. 그의 따뜻한 마음에 기운이 나길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아스완에 처음 내려올 때와 지금은 많은 부분 변했다. 유일한 동양인으로 살아가면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태권도도 모르는 현지인들에게 태권도를 알리고 가르쳤다. 불모지에 태권도를 활성화 시켰다. 맨땅에서 운동하는 수련생들의 열정에 반해 태권도장을 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게 꿈같은 이야기 이었다. 그런데 그 꿈들이 현실이 되었다.

마지막 완성을 앞두고 내가 지쳐 있다는 게 한심스럽다. 포기할 자신감도 없다. 그래서 오늘 밤 과중한 부담감을 벗어 던졌다. 편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속이 다 시원하다.

시가 말하듯 훗날 나와 같은 길을 걸어올 누군가에게 든든한 이정표를 주기위해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친 내 심신은 조금 전 끝이 났다. 이 시간 이후부터 백만불짜리 미소와 자신감으로 새로운 일상을 시작하려고 한다.


2010.02.11(목)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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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당신을 응원합니다.^^

    2010.02.12 19:33 신고
  2. 土卵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게 대한민국의 건아며 태권도의 힘이며, 미래의 주역이 될 당신은 세계의 희망이 될지어다,

    2010.02.12 23:16 신고

이집트에서는 좋은 일이 있을 때 종교와 상관없이 “함두릴라~”라고 한다. 신에게 축복을 받았다는 뜻을 의미한다. 이밖에 좋은 일이 있거나, 감사 인사를 할 때 등 긍정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이집트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나 역시 좋은 일이 생길 때 자연스럽게 “함두릴라”라고 한다. 처음에는 생소했던 이 단어가 어느덧 입에 붙었다. 한 2주 전쯤이다. 아스완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으로 함께 살고 있는 후배와 주말을 맞이해 날을 꼬박 셌다. TV를 보는데 화질이 좋지 않아 슬슬 짜증이 밀려왔다.

잠시 후. 그 짜증은 환희로 바뀌었다. 바깥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집트는 세계에서 비가 가장 안 내리는 나라 중에 하나이다. 아스완은 이집트 내에서도 비가 없는 지역이다. 그래서 늘 비가 그립다.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새벽에 베란다 난간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에 비를 봤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후배와 함께 베란다로 나와 ‘함두릴라’를 크게 외쳤다. 손과 머리를 내밀어 비를 맞았다. 너무 상쾌했다. 새벽 동이 트기 전이라 기분은 더욱 묘했다. 비는 20여 분간 내렸다.

아스완에서 두 번째 맞는 비였다. 현지인들은 내가 본 두 번의 비가 아스완에서 수십 년 만에 내린 큰 비라고 한다. 운이 좋은 편인 듯하다. 그런 와중에 현지 활동에 파트너격인 아스완태권도협회장은 “당신이 이곳에 와서 신의 축복이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듣는 내 기분을 좋게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이런 립 서비스는 언제 들어도 좋다.

집 베란다에서는 이집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아스완 나일강에 한 눈에 보인다.


지난 5월에는 정말 큰 비가 내렸다. 그때는 너무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온 도시가 정전되는 비상사태까지 갔으나, 어느 누구하나 불편해 하지 않았다. 모두가 바깥으로 나와 비를 맞으며 “함두릴라”를 외치던 게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집트에 온지 1년여 만에 ‘비’를 맞다

[by 해니의 나일강 산책 - 이집트 생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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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owr.tistory.com BlogIcon White Rain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가 그렇게 소중해질 수도 있군요...^^ 함두릴라!!!
    이집트 생활...은근 부럽습니다

    2009.11.14 08:01 신고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주방 청소를 하고 쓰레기를 버린다. 늘 그랬듯 며칠 전에도 설거지를 마치고 음식물 찌꺼기를 봉지에 싸서 통로에 버리기 위해 나갔다. 그런데 일이 생겼다. 언젠가 우려했던 일이 순간 방심한 틈을 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이집트 집들의 현관문에는 대부분 문고리가 안쪽에만 있다.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긴다. 바깥에서는 열쇠가 없으면 문을 열 수 없다. 외출 할 때는 열쇠를 두 바퀴를 돌려 잠근다. 그래서 항상 문밖을 나가게 될 때면 열쇠를 챙긴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이라면 열쇠를 집에 두고나와 바깥에서 발을 동동 굴려야 하는 일이 많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현관문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곳까지는 다섯 걸음 정도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당연히 문을 닫지 않고 후딱 다녀온다. 그 순간 문이 닫히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운동화를 문턱에 둔다. 그럼 문이 닫힐 일이 없다. 언젠가 “혹 신발이 밀려나면서 문이 닫히면 어쩌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일이 났다.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잠시 문밖을 나간 그 짧은 사이 일이 벌어졌다. 문이 닫혔다. 그 전처럼 신발을 대 놓았다. 그런데 베란다에서 세찬 사람이 불면서 현관문이 신발을 밀어 내치면서 닫혀버린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고 몸을 돌리는 순간 ‘텅’하는 큰 소리와 함께 현관문 앞에서 바쳐놓았던 운동화가 튀어 나와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열쇠는커녕 잠옷차림이었다. 너무 황당해 어이없는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침착해져야 했다. 어떻게든 집에 들어갈 방도를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날이 밝은 시간이었더라면 옆집 베란다를 통해 넘어 간다지만 너무 시간이 늦었다. 옥상에서 밧줄이라도 타고 내려가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문을 열어주는 가게도 없다. 하필 집도둑을 막으려고 다른 집과 다른 ‘컴퓨터 특수키(한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열쇠지만, 이집트에서는 값이 비싼 편이다)’로 교체해 사용해 쉽게 따기도 힘들다. 

아무튼 쓰레기 때문에 집에서 쫓겨난 신세가 됐다. 요 며칠 몸이 고단해 집안을 엉망으로 사용해서 벌을 받을 것일까.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순간 집에 들어갈 방법이 떠올랐다. 혹 이런 날이 올 것을 대비해 인근에 사는 후배에게 열쇠를 하나 맡겨뒀다. 아스완에 한국인은 나와 그 후배 단 둘이다. 우선 그 동생 집으로 갔다. 설마 그 열쇠를 잃어버리진 않았겠지 하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다. 늦은 시간이라 동생은 잠들어 있었다. 한밤중에 갑작스런 방문에 동생은 놀란듯했다. 다행히 열쇠를 가지고 있었다.

열쇠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집으로 돌아오니 장거리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만한 일이었으나,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동생에게 열소를 맡겨둔 것도 그것이지만, 옷이라도 위아래 입어서다. 가끔 속옷차림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다녀오기 때문이다. 혹 이날 속옷차림이었다면 이집트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치욕스런 경험을 할 뻔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이집트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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