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완 꿈의 태권도장 건립기 2 - 시작부터 공사 중단 반복]

태권도장 건축계획을 공식으로 발표하던 날. 수련생 및 학부모 모두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기뻐했다.

2009년 10월 31일. 1년 여 이상 밤잠을 설쳐가며 어렵게 준비해온 아스완 꿈의 태권도장 건축이 시작됐다. 첫 삽을 뜨던 날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날 밤 수련을 마치고 수련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최초로 태권도장 건축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실내 태권도 전용 도장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은 수련생들과 학부모 모두는 일제히 “사~봄님(사범님) 캄솨(감사) 합니다. 쇼트란~ 쇼크란(아랍어, 감사하다)” 계속된 감사인사와 함께 “함두릴라”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사람(이하 이집션)은 좋은 일이 있거나 기쁜 일이 생길 때 “함두릴라~(신의 축복을)”라고 소리 낸다. 나쁜 일이 있다가 일이 잘 해결되고,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을 때도 “함두릴라”라고 한다.

공사의 시작은 우선 기초공사 터파기를 할 곳에 석회가루로 줄치기였다. 다음 그 줄에 따라 터파기가 시작됐다. 한국처럼 첨단 장비와 중장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국 같으면 굴착기로 1~2시간이면 끝날 것을 인부들이 곡괭이와 삽 등으로 닷새간 땅을 파는 작업이 시작됐다. 건축공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30여 년 전 건축방식이라고 한다.

이제 막 터파기가 시작된 것인데 내 마음은 이미 공사가 다 된 마냥 설렜다. 그 이유는 이날을 위해 여러 날을 혼자 고민하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이집트 내 코이카 동료단원들의 관심과 격려가 있었다. 그래서 공사가 시작되던 날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흥분과 감동의 공사가 시작되고 다음날 아침 현장에 일찍 방문했다. 원활한 공사 진행과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가능한 현장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늦어도 오전 8시부터 공사가 시작되어야하는데 현장에 인부가 단 한명도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건축업체 건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축사는 “문제가 생겼다. 공사가 중단됐다”라고 말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냐고 물어보자 “어젯밤 클럽(훈련장 부지를 제공한 아스완스포츠클럽)에서 공사를 중단해라”고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당연히 건축주인 내게 클럽 측이 양해를 구해야 했을 일이다. 또한 건축사 역시 내게 미리 내용을 전달하고 내 뜻에 따라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유가 어쩌든 간에 공사를 내 의사와 상관없이 중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스완스포츠클럽 하싼 나잘 회장은(지역 5개 채널 방송국 대표이사) 한국을 사랑하는 친한파다. 이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아쉬운 점은 태권도 보단 축구를 100배 이상 좋아한다는 점. 그래서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


이날 오후 부지 제공자인 아스완스포츠클럽의 최고 책임자인 Mr. 하싼 나잘 회장(아스완TV 대표이사)을 만나기 위해 그가 일하는 아스완방송국(상이집트 지역방송)을 찾았다.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하싼 회장은 놀라면서도 반갑게 날 맞아주었다. 그런데 너무 흥분했는지 그에게 대뜸 화를 냈다. 평소 만날 일이 있으면 늘 반갑게 맞아주고 호의를 베풀어준 그였다. 한국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온 경험도 있어 만날 때마다 “안뇽하십니까~ 반갑씀니돠!”라고 서툰 한국말이지만 남을 배려해줄 줄 아는 아스완에서 찾아보기 드믄 신사다.

흥분을 가라앉힌 다음 그를 만나러 온 이유와 화를 내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행정책임자가 그런 것 같다. 내가 대신 사과 할 테니까 예전처럼 밝게 웃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사이 클럽에 전화를 걸어 내용을 파악한 하싼 회장은 “미안한데 건축 부지를 옮겨야 할 것 같다. 그 부지에 주정부에서 관광쇼핑몰을 짓는다고 한다. 대신 예전에 캡틴이 요구했던 테니스장을 내주겠다”고 했다.

정리해서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당초 계획은 아스완스포츠클럽 내에 300평방미터의 빈공터 였다. 그런데 그 곳에 아스완주정부가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몰을 건립한다는 계획이 뒤늦게 알려져 급하게 공사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부지 제공은 아스완클럽에서 하긴 했지만, 건축부지는 물론 클럽 소유주가 주정부인 탓에 부지 변경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다행인 것은 변경 부지가 기존 부지보다 훨씬 넓고 좋은 곳이다. 그래서 처음 클럽 측과 부지 제공 협의를 할 때 가장 먼저 요구한 부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곳은 제공하기 힘들다고 거절당한 곳이었다. 게다가 그 곳을 부지로 정할 경우 적지 않은 길이의 담벼락과 암석 등을 철거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머릿속에 계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계산이 끝났다.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어렵게 공사가 시작됐는데 일방적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부지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계속 표출했다. 이때부터 연기가 시작됐다. ‘얼씨구나’하고 덥석 부지를 변경하겠다고 하면, 적지 않은 철거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면하기 위해서였다.

하싼 회장은 “(부지 변경에 대해)다시 한 번 미안하다. 어쩔 수가 없다. 대신 철거비용은 우리(클럽)가 지불하겠다”라고 내가 원하던 답을 먼저 말했다. 마음속으론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애써 어두운 표정을 계속 지으면서 “어쩔 수 없지. 이번이 마지막이다. 협조(부지 변경)를 하도록 하겠다. 대신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한 후 연기를 마쳤다. (다음에 계속)

아스완 태권도 가족들과 함께.


* 아스완(Aswan) : 아스완은 이집트 최남단 도시로 이집트 나일강의 시작점으로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다.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1천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인구 120만명의 주도이다. 세계 문화유산 아부심벨(람세스2세)과 이시스신전 등 유명 관광지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이다. 또한 세계 최대규모의 하이댐이 1971년 건립돼 관개용수, 수력발전 등과 나일강 범람을 막고 있다. 태권도는 2006년 뒤늦께 보급이 시작되었지만, 매년 끊임없이 수련생이 늘어나고 있어 태권도장 건립을 계기로 이집트 지방 태권도의 메카로 부상을 꿈꾸고 있다.

2009/11/09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장 건축기] - 이집트 최남단 도시에 태권도 프로젝트 시동
2009/08/23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모래밭에서 열린 열악한 태권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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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ennick.tistory.com BlogIcon 켄닉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 공사가 중단 됬다니 ... 그래도 더 좋은 부지를 얻게된 것이니 좋은 것인가요 ?
    그나저나 우리의 무술인 태권도를 세계에 널리 알리시는 분이네요 ! 멋있습니다 ~

    2010.02.03 11:25 신고
    • Favicon of http://taemasis.com BlogIcon 해니(haeny)  수정/삭제

      그러게 말입니다. 꼭 나쁜 일만 있는건 아닌 듯합니다. 좋은 일은 앞으로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질 듯 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시간이 되기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십오. -한혜진.

      2010.02.04 07:58 신고
  2.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0.02.03 16:14
    • Favicon of http://taemasis.com BlogIcon 해니(haeny)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반갑습니다. ㅎ 어케 이곳까지,,, 아스완 방문한지가 벌써 그렇게 오래되었나요? 참 시간 빠르네요. 덕분에 훈련장 공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시작이 반일줄 알았는데, 막바지에 일이 훨씬 많고 신경쓸일이 많은 것 같아요. 지붕 날라간 사건은 어케 아셨는지,, ㅋ 암튼 지붕때문에 보름동안 잠도 잘 못잤습니다. ㅜㅜ 암튼 잊지 않으시고,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지내세요. -한혜진

      2010.02.04 07:57 신고
  3. 생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이집트에 살고있어서 다음뉴스보다가 이집트라는 말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한번 읽어봤어요.
    카이로에서만 살아서 아스완에 대해서는 그냥 큰 댐이 있다는것 밖에 몰랐는데......
    저렇게 많은 이집션들이 태권도를 좋아하는줄 몰랐어요.
    힘내세요.!

    2010.02.04 03:56 신고
    • Favicon of http://taemasis.com BlogIcon 해니(haeny)  수정/삭제

      아~ 반갑습니다. 이집트에 사시는 분은 제 블로그에서 처음 뵙는것 같네요. 카이로에 계시다 아스완에 오시면 공기부터 달라서 신체 반응이 달라질 것입니다. ^^ 언제 시간 되심 꼭!! 아스완에 방문해 보십시오. 좋은 코스와 저렴한 비용 추천해드리겠습니다. ㅋ 즐거운 하루 되세요. -한혜진

      2010.02.04 08:00 신고
  4. 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굴삭기가 아니라 굴착기라네요! ^^

    암튼, 모든 게 잘 해결되길 빕니다~

    2010.02.04 04: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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