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완 꿈의 태권도장 건립기 3 -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직면 - 2009년 11월 2일]

(2편에 이어) 부지가 변경되고 나서 정말 힘겹게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를 위해 긴 담벼락을 철거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불도저에서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담벽을 허무는데 그 보다 마음이 시원할 수 없었다. 이튿날 기초공사가 빠르게 진행됐다. 건축물이 들어설 자리에 경계측량을 한 뒤 하얀 백묵으로 줄치기와 기초공사를 위한 가설공사가 시작됐다. 일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듯 했다.  

하지만 마음을 푸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공사가 중단되고 재개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다시 중단(2009년 11월 2일)됐다. 부지를 제공한 수원기관의 또 다른 ‘태클’ 때문이다. 벌써 두 번째다. 정문 위치를 당초 계획했던 곳과 전혀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 것이다.


수원기관의 요청대로라면 설계를 전면 수정해야 하고, 이미 진행된 기초공사 역시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공사 중단 사실을 건축주인 내가 알리지 않은 채 시공사 담당엔지니어에게 직접 지시했다.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방해’를 하는 것 같아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

이날 오후 클럽 사무실 행정 책임자를 찾아갔다.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사자는 “왜 무슨 일 있느냐”며 태연하게 날 맞았다. “정말 내가 왜 찾아왔고, 왜 화가 나있는지 모르겠느냐”고 따졌다. 역시나 “난 모르겠다”고 일관했다. 더욱 큰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난 원래 예정대로 공사를 진행 할 것 이다. 그러니 더 이상 일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방해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클럽 측은 “우리가 왜 방해하겠는가. 클럽 운영에 맞도록 하려고 했던 것뿐이다”이라며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클럽에서 공사를 중단시킨 이유는 다음과 같다. 태권도장이 들어설 아스완스포츠클럽 구조는 ‘스포츠클럽’과 ‘멤버십클럽’으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하나의 클럽이지만 별도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포츠클럽은 축구, 농구, 핸드볼, 탁구, 태권도, 가라테, 쿵푸 등 생활 스포츠 및 엘리트 육성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멤버십클럽은 지역 내 주민을 대상으로 클럽에서 문화, 여가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장소와 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클럽과 스포츠클럽과 다른 점이 있다면 멤버십클럽은 적지 않은 가입비와 연회비를 받는 것이다. 실제 멤버십클럽을 사용하는 주민 대부분은 아스완 지역에서 상류층에 속한다. 일종의 사교장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클럽의 구조는 멤버십클럽과 스포츠클럽을 사이에 두고 높은 담이 쌓여있다. 멤버십클럽 존은 회원카드를 소지한 사람만 입장이 가능토록 되어있다. 특히 스포츠클럽 소속 수련생과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다.

클럽 측은 이러한 문제로 태권도장의 위치를 반강제적으로 변경을 요구했다. 클럽 측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태권도장의 위치가 멤버십클럽과 스포츠클럽에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고, 건축을 위해 가로 막혀있던 담장까지 허물었기 때문이다. 클럽 측은 이 것 때문에 향후 멤버십클럽 운영에 미칠 영향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도장이 완공되면 멤버십클럽 회원도 아닌 태권도 수련생과 그 가족들이 출입하게 될 것을 대비하고 있었다. 나아가 멤버십 회원도 아닌 수련생이 클럽에 자주 오고가는 것을 기존 멤버들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고까지 했다. 수련생들로 인해 멤버십클럽 격이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멤버십클럽에 회원 일부가 잘사는 사람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수련생들이 왕래한다고 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초의 건축도면. 클럽에서 요구한대로 정문 위치를 변경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아무튼 우리가 생각했을 때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할 일이다. 이집트와 지역적인 문화를 알고 나면 왜 그러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이집트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계급화가 존재한다. 그 기준은 부와 권력, 직업 등이 잣대가 된다. 소위 잘사는 집 자녀들은 바깥에서 놀지 않는다. 어울리지도 않는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신분에 맞지 않는 사람과 어울릴 경우 격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클럽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 태권도장이 다른 스포츠종목과 같이 멤버십클럽 출입문이 아닌 스포츠클럽 출입문을 이용해라는 것이다. 만약 태권도장만 멤버십클럽을 통해 입장하도록 하면 다른 종목과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클럽의 정문을 측면으로 옮기고 멤버십클럽에 얼씬도 하지 말고, 보이지도 않게 높은 담장까지 쌓아 라고 까지 했다.

클럽 측에 요구가 지나친 것은 아니었다. 운영 목적에 맞추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괜한 오기가 더 크게 발동했다. “부지는 클럽에서 제공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상황에서 도면 변경은 어렵다. 멤버십클럽과 차단을 원한다면 관련 비용을 클럽에서 부담하라”고 말한 뒤 “건축주는 분명히 나와 대한민국 정부이지 클럽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고용한 엔지니어에게 공사를 해라 말아라 할 권리가 없는 것 아닌가. 오버(월권)하지 말라”고 강경하게 요구했다.

실제 이날 나는 매우 화가 나서 격양돼 있었다. 좋은 말이 나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첫 말을 내뱉은 뒤부터 큰소리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동행했던 협회장은 클럽 책임자를 의식해서(권력에 매우 약한 스타일. 평소 클럽 행정책임자 앞에서 눈치를 많이 살핌)인지 원만하게 일을 해결하자는 식으로 나를 말렸다. 상황적으로 내 편을 들어야할 협회장이 오히려 반대편에 입장에서 변호하듯 나오니 흥분은 최고조에 올라갔다.

내 말이 모두 끝나자 클럽 측 책임자는 “알겠다. 그렇게 해라. 대신 측면에 비상구를 하나 만들어라. 정문은 개관식날 VIP가 입장하는 것으로 사용하고, 이후에는 폐쇄하고 비상구를 사용하는게 어떻겠냐”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또 했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은 사람이라 그저 헛웃음 밖에 안 나왔다. 또 다시 흥분됐다. “태권장에 VIP는 우리나라나 이 나라 대통령, 주지사가 아니라 수련생이다. 또한 태권장의 주인은 태권도 수련생이 될 것이다”고 다시 한 번 못을 박았다.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아 “다시 한 번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공사를 방해하면 공사를 중단하겠다. 이곳이 아니라도 부지를 제공하겠다는 클럽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사 시작 전부터 일에 협조를 잘 해주지 않아 제2의 부지를 물색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대화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와도 좀처럼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동행했던 협회장이 또 다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책임자가 그런 이유는 따른 게 아니다. 돈을 달라는 표시다. 이집션은 내가 잘 안다. 그러니 돈을 조금 찔러주면 앞으로 협조를 잘 할 것이다”고 말한 것이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우리가 무상으로 도장을 지어주는데 무슨 뒤로 돈을 줄 수 있느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수원기관 최고 책임자가 그럴 수 있느냐. 믿을 수 없다. 그러더라도 절대 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정말 돈을 원해서 그런 거라면 이 나라 사법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협회장은 내 말 뜻을 이해한 줄 알았더니 “돈을 준 사실은 누구도 모르게 하겠다. 돈을 안주면 앞으로 일에 계속 방해가 될 것이다”고 재차 어이없는 요구를 해왔다.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기 위해 이날 자정 클럽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격앙된 목소리로 상황을 이야기하자 그는 “책임자가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신경 쓰지 말고 원하는 대로 공사를 진행해 달라”고 했다. 지난 번 부지 변경 때문에 공사가 중단 될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흥분을 가라앉게 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참으로 예기치 못한 일들로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크고 작은 일이 생기면서 내 스트레스는 쌓여가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오늘이 마지막이거니 하고 위안을 삼았다. 과연 이게 끝일까?  (다음편에 계속)


* 아스완(Aswan) : 
아스완은 이집트 최남단 도시로 이집트 나일강의 시작점으로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다.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1천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인구 120만명의 주도이다. 세계 문화유산 아부심벨(람세스2세)과 이시스신전 등 유명 관광지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이다. 또한 세계 최대규모의 하이댐이 1971년 건립돼 관개용수, 수력발전 등과 나일강 범람을 막고 있다. 태권도는 2006년 뒤늦께 보급이 시작되었지만, 매년 끊임없이 수련생이 늘어나고 있어 태권도장 건립을 계기로 이집트 지방 태권도의 메카로 부상을 꿈꾸고 있다. 


2010/02/03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장 건축기] - 흥분의 첫 삽 뜨자마자 공사 중단이라니
2009/11/09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장 건축기] - 이집트 최남단 도시에 태권도 프로젝트 시동
2009/08/23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모래밭에서 열린 열악한 태권도대회
2009/06/09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6개월 만에 열린 아스완의 승급심사


[by 한혜진의 태권도산책 - 이집트 in 태권도]

[태권도와 마샬아츠의 오아시스 - 태마시스 ㅣ www.taema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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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착공 / 2010년 4월 완공(6개월)
- 지원 : 한국국제협력단(KOICA)
- 시행 : 코이카 국제협력요원 / 이집트 태권도분야 한혜진.




태권도 불모지 이집트 최남단도시 아스완에 태권도장을 짓기 위해 무작정 시작한 사업은 생각보다 무척 힘이 들었다. 건축에 대한 지식 부족은 현지인들과 문화의 차이로 애를 먹어야 했다. 파란만장 했던 지난 태권도장 건축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6개월 간의 과정을 5분 안에 담다보니 순조롭게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 사람의 깊은 뜻과 땀이 어울려 완성된 도장에서 수많은 지역민들이 태권도를 열심히 수련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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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ismee_amal BlogIcon 아말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느려터진 인터넷으로 동영상까지 올리신 해니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2010.05.03 06:25
    • 해니  수정/삭제

      으하하.. 여긴 빠른데요~~ 룩소르가 조금 느리긴 한 것 같아요.. ^^ 생각보다 용량이 작아서, 올리는데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2010.05.03 12:06

[아스완 꿈의 태권도장 건립기 2 - 시작부터 공사 중단 반복]

태권도장 건축계획을 공식으로 발표하던 날. 수련생 및 학부모 모두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기뻐했다.

2009년 10월 31일. 1년 여 이상 밤잠을 설쳐가며 어렵게 준비해온 아스완 꿈의 태권도장 건축이 시작됐다. 첫 삽을 뜨던 날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이날 밤 수련을 마치고 수련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최초로 태권도장 건축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실내 태권도 전용 도장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은 수련생들과 학부모 모두는 일제히 “사~봄님(사범님) 캄솨(감사) 합니다. 쇼트란~ 쇼크란(아랍어, 감사하다)” 계속된 감사인사와 함께 “함두릴라”를 연발하기 시작했다.

이집트 사람(이하 이집션)은 좋은 일이 있거나 기쁜 일이 생길 때 “함두릴라~(신의 축복을)”라고 소리 낸다. 나쁜 일이 있다가 일이 잘 해결되고, 피해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을 때도 “함두릴라”라고 한다.

공사의 시작은 우선 기초공사 터파기를 할 곳에 석회가루로 줄치기였다. 다음 그 줄에 따라 터파기가 시작됐다. 한국처럼 첨단 장비와 중장비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한국 같으면 굴착기로 1~2시간이면 끝날 것을 인부들이 곡괭이와 삽 등으로 닷새간 땅을 파는 작업이 시작됐다. 건축공법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30여 년 전 건축방식이라고 한다.

이제 막 터파기가 시작된 것인데 내 마음은 이미 공사가 다 된 마냥 설렜다. 그 이유는 이날을 위해 여러 날을 혼자 고민하고 준비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이집트 내 코이카 동료단원들의 관심과 격려가 있었다. 그래서 공사가 시작되던 날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흥분과 감동의 공사가 시작되고 다음날 아침 현장에 일찍 방문했다. 원활한 공사 진행과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 가능한 현장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늦어도 오전 8시부터 공사가 시작되어야하는데 현장에 인부가 단 한명도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건축업체 건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축사는 “문제가 생겼다. 공사가 중단됐다”라고 말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냐고 물어보자 “어젯밤 클럽(훈련장 부지를 제공한 아스완스포츠클럽)에서 공사를 중단해라”고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으면 당연히 건축주인 내게 클럽 측이 양해를 구해야 했을 일이다. 또한 건축사 역시 내게 미리 내용을 전달하고 내 뜻에 따라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유가 어쩌든 간에 공사를 내 의사와 상관없이 중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스완스포츠클럽 하싼 나잘 회장은(지역 5개 채널 방송국 대표이사) 한국을 사랑하는 친한파다. 이 사업에 깊은 관심을 갖고 도움을 많이 주고 있다. 아쉬운 점은 태권도 보단 축구를 100배 이상 좋아한다는 점. 그래서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


이날 오후 부지 제공자인 아스완스포츠클럽의 최고 책임자인 Mr. 하싼 나잘 회장(아스완TV 대표이사)을 만나기 위해 그가 일하는 아스완방송국(상이집트 지역방송)을 찾았다. 갑작스런 방문에 놀란 하싼 회장은 놀라면서도 반갑게 날 맞아주었다. 그런데 너무 흥분했는지 그에게 대뜸 화를 냈다. 평소 만날 일이 있으면 늘 반갑게 맞아주고 호의를 베풀어준 그였다. 한국 정부 초청으로 한국을 다녀온 경험도 있어 만날 때마다 “안뇽하십니까~ 반갑씀니돠!”라고 서툰 한국말이지만 남을 배려해줄 줄 아는 아스완에서 찾아보기 드믄 신사다.

흥분을 가라앉힌 다음 그를 만나러 온 이유와 화를 내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그는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행정책임자가 그런 것 같다. 내가 대신 사과 할 테니까 예전처럼 밝게 웃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사이 클럽에 전화를 걸어 내용을 파악한 하싼 회장은 “미안한데 건축 부지를 옮겨야 할 것 같다. 그 부지에 주정부에서 관광쇼핑몰을 짓는다고 한다. 대신 예전에 캡틴이 요구했던 테니스장을 내주겠다”고 했다.

정리해서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당초 계획은 아스완스포츠클럽 내에 300평방미터의 빈공터 였다. 그런데 그 곳에 아스완주정부가 관광객들을 위한 쇼핑몰을 건립한다는 계획이 뒤늦게 알려져 급하게 공사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부지 제공은 아스완클럽에서 하긴 했지만, 건축부지는 물론 클럽 소유주가 주정부인 탓에 부지 변경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다행인 것은 변경 부지가 기존 부지보다 훨씬 넓고 좋은 곳이다. 그래서 처음 클럽 측과 부지 제공 협의를 할 때 가장 먼저 요구한 부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곳은 제공하기 힘들다고 거절당한 곳이었다. 게다가 그 곳을 부지로 정할 경우 적지 않은 길이의 담벼락과 암석 등을 철거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머릿속에 계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계산이 끝났다.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어렵게 공사가 시작됐는데 일방적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부지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계속 표출했다. 이때부터 연기가 시작됐다. ‘얼씨구나’하고 덥석 부지를 변경하겠다고 하면, 적지 않은 철거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면하기 위해서였다.

하싼 회장은 “(부지 변경에 대해)다시 한 번 미안하다. 어쩔 수가 없다. 대신 철거비용은 우리(클럽)가 지불하겠다”라고 내가 원하던 답을 먼저 말했다. 마음속으론 춤을 추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애써 어두운 표정을 계속 지으면서 “어쩔 수 없지. 이번이 마지막이다. 협조(부지 변경)를 하도록 하겠다. 대신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한 후 연기를 마쳤다. (다음에 계속)

아스완 태권도 가족들과 함께.


* 아스완(Aswan) : 아스완은 이집트 최남단 도시로 이집트 나일강의 시작점으로 자연이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다. 수도 카이로에서 남쪽으로 1천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인구 120만명의 주도이다. 세계 문화유산 아부심벨(람세스2세)과 이시스신전 등 유명 관광지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이다. 또한 세계 최대규모의 하이댐이 1971년 건립돼 관개용수, 수력발전 등과 나일강 범람을 막고 있다. 태권도는 2006년 뒤늦께 보급이 시작되었지만, 매년 끊임없이 수련생이 늘어나고 있어 태권도장 건립을 계기로 이집트 지방 태권도의 메카로 부상을 꿈꾸고 있다.

2009/11/09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태권도장 건축기] - 이집트 최남단 도시에 태권도 프로젝트 시동
2009/08/23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모래밭에서 열린 열악한 태권도대회
2009/06/09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6개월 만에 열린 아스완의 승급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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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kennick.tistory.com BlogIcon 켄닉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 공사가 중단 됬다니 ... 그래도 더 좋은 부지를 얻게된 것이니 좋은 것인가요 ?
    그나저나 우리의 무술인 태권도를 세계에 널리 알리시는 분이네요 ! 멋있습니다 ~

    2010.02.03 11:25
    • Favicon of https://taemasis.com BlogIcon 해니(haeny)  수정/삭제

      그러게 말입니다. 꼭 나쁜 일만 있는건 아닌 듯합니다. 좋은 일은 앞으로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라질 듯 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시간이 되기위해 노력할 뿐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십오. -한혜진.

      2010.02.04 07:58 신고
  2.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0.02.03 16:14
    • Favicon of https://taemasis.com BlogIcon 해니(haeny)  수정/삭제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반갑습니다. ㅎ 어케 이곳까지,,, 아스완 방문한지가 벌써 그렇게 오래되었나요? 참 시간 빠르네요. 덕분에 훈련장 공사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시작이 반일줄 알았는데, 막바지에 일이 훨씬 많고 신경쓸일이 많은 것 같아요. 지붕 날라간 사건은 어케 아셨는지,, ㅋ 암튼 지붕때문에 보름동안 잠도 잘 못잤습니다. ㅜㅜ 암튼 잊지 않으시고,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하게 지내세요. -한혜진

      2010.02.04 07:57 신고
  3. 생이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이집트에 살고있어서 다음뉴스보다가 이집트라는 말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한번 읽어봤어요.
    카이로에서만 살아서 아스완에 대해서는 그냥 큰 댐이 있다는것 밖에 몰랐는데......
    저렇게 많은 이집션들이 태권도를 좋아하는줄 몰랐어요.
    힘내세요.!

    2010.02.04 03:56
    • Favicon of https://taemasis.com BlogIcon 해니(haeny)  수정/삭제

      아~ 반갑습니다. 이집트에 사시는 분은 제 블로그에서 처음 뵙는것 같네요. 카이로에 계시다 아스완에 오시면 공기부터 달라서 신체 반응이 달라질 것입니다. ^^ 언제 시간 되심 꼭!! 아스완에 방문해 보십시오. 좋은 코스와 저렴한 비용 추천해드리겠습니다. ㅋ 즐거운 하루 되세요. -한혜진

      2010.02.04 08:00 신고
  4. 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굴삭기가 아니라 굴착기라네요! ^^

    암튼, 모든 게 잘 해결되길 빕니다~

    2010.02.04 04:43

 태마시스 운영자 한혜진 입니다. 이집트에서는 ‘해니’라는 이름을 사용합니다. 현재 이집트 아스완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봉사활동 중입니다. 이집트에 온 지 어느덧 17개월이 됐네요. 한국 갈 날도 이제 8개월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현지에 잘 적응하고 편해야 할 텐데, 어느 때보다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나름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큰일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공과는 무관한 건축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지 수련생들에게 실내 훈련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KOICA) 현장사업으로 태권도장 건축 사업이 얼마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집트에 온 후부터 현장사업 진행 하게 된 계기, 앞으로 진행과정을 연재할까 합니다. <해니의 파란만장한 태권도장 건축기>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십시오.  -운영자 주-

 
Story 1 - 이집트 정착, 그리고 태권도 프로젝트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KOICA) 국제협력요원 태권도분야로 이집트에 온지 1년 5개월 됐다. 솔직히 이집트에 오기 전까지 남들에 비해 현지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이집트에 대해서는 인류 문명의 발상지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 피라미드가 있는 나라라는 정도 밖에 몰랐다. 심지어 이집트에 가보고 싶은 마음은 단 한 도 없을 정도로 관심 밖의 나라였다. 그랬던 나라가 이제는 내게 어느 나라보다 친숙하고 고향과 같은 곳이 되었다.

이집트는 우리나라와 언어는 물론 종교, 문화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현지 생활을 하면서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지금까지도 문화차이로 생활하는데 적지 않은 불편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남들에 비해 황당한 경험도 많이 했다. 훗날 이 경험들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현지 적응과 문화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을 듯하다. 이쯤에서 각설하고 다음 기회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더위를 피해 수련은 자정에 한다.


2008년 6월 9일 설렘을 가득 안고 이집트 땅에 발을 내딛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태권도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온 만큼, 낯선 외국생활이 그다지 외롭고 힘들 것이라곤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 카이로에서 1천 킬로미터가 떨어진 최남단도시 아스완에서 한국인 혼자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외로웠다. 만약 태권도가 아닌 다른 일로 이곳에 왔다면 적응하는데 상당히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게 이집트에서 생활해야 할 시간은 2년 3개월.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하루가 참으로 길었다. 1년이 지나면서는 처음에 그렇게 길게 느껴졌던 하루가 이제는 일주일이 하루같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아마도 현지에 잘 적응해서 그런듯하다.

앞으로 8개월 후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생활했던 시간보다 떠날 날이 더 짧게 남았다. 그런데 앞으로 할 일은 지난 시간보다 훨씬 많이 남아있다. 그간 현지 경험을 토대로 코이카 현장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한국에서도 해보지 않은 건축을 해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요즘 건축 관련 정보들을 수집해 공부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진행과정과 세부사항들을 숙지하고 있지 못할 경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혹 업체에서 현지 물정도 모르는 외국인쯤 여겨 견적을 과하게 매기거나, 일을 대충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건축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문화의 차이가 큰 나라, 낯선 도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평균 43도 이상의 무더위와 뜨거운 태양이 더 지치게 했다. 현지에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할 상대조차 없어 때론 문화적 고립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역시 태권도였다.

우리와 문화의 차이가 큰 나라지만 태권도복을 입은 사람끼리는 뭔가 통하는 게 많았다. 우선 종주국에서 온 태권도 사범이라는 사실 자체로 그들은 부족함이 있어도 눈을 감아주고, 매사에 진심을 다해 대해줬다. 앞에서나 뒤에서는 늘 한결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대해준 그들과 나와 사이는 절대적인 신뢰가 쌓여가고 있다.

아스완 지역 태권도 수련에 대해서는 이 전에 가끔 포스팅을 한 바 있다. 처음 생각했던 것 이상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태권도를 수련하는 지역 수련생들을 보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태권도 사범으로 온 내가 역으로 그들에게 배워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현지 수련생들의 태권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대단했기 때문이다.

발차기 연습을 위해 손수 제작한 백.


아스완에서 본격적으로 태권도를 지도하면서 부족하다고 생각한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태권도복 조차 갖추지 못한 수련생들이 대부분. 그나마 도복 형식을 갖췄다고 해도 가라테 도복이었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우리 돈으로 1만원 정도하는 도복을 구입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부담이 큰 것이다. 그 흔하디흔한 미트(발차기 타케트)마저 없다.

다른 훈련장비 역시 수도에서 버려지다시피 한 것을 가져다 사용하거나, 손수 제작해 사용한다. 더구나 마땅한 수련장조차 없어 빈 공터, 축구장 등에서 수련한다. 공터에는 유리조각과 돌멩이들이 즐비하다. 이런 곳에서 맨발로 수련하다보니 부상이 잦다. 면 포대에 흙을 집어넣어 핸드볼 골대에 매단 백을 차는 모습을 처음보고 놀랍기까지 했다.

환경이 아무리 나쁜들 수련생들은 활기차게 태권도를 즐기며 수련한다. 그저 태권도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본다. 하지만 지역 태권도 활성화를 위한 지도자 배출과 우수선수 배출을 위해서는 현 상태로는 한계가 있다.

내게 태권도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뭘까 늘 고민했다. 코이카 봉사단원은 <현장사업 프로젝트>로 활동 기관에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거나 물품을 지원 할 수 있다.

태권도 분야는 대부분 활동 지역 및 기관에 부족한 훈련 장비를 지원한다.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쓸 만한 훈련장비 조차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장비 지원은 절실하다. 나 역시 처음에는 급한 마음에 장비 지원을 계획했다. 그러나 그 보다 앞서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훈련장비 보다 마땅한 수련 공간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 생각했다.

마땅한 훈련장이 없어 축구장 관중석에서 수련을 하고 있다.


수개월의 고민 끝내 아스완에 태권도 전용 훈련장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건축에 문외한인 내가 말도 잘 통하지 않은 낯선 땅에 체육관을 지을 수 있을까도 걱정도 됐다. 결심을 되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어떻게든 지을 수 있다는 알 수 없는 확신이 이미 선 상태라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관련포스팅
2009/08/23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모래밭에서 열린 열악한 태권도대회
2009/07/28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태권도를 지도하기 위해 어느덧 1년
2009/06/09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6개월 만에 열린 아스완의 승급심사
2009/05/23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가라테에서 태권도로 전향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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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4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집트 in 태권도] - 태권도를 통해 본 이슬람 종교 문화 - 1


[By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야기 - 파란만장한 아스완 태권도자 건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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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이카 봉사활동 중이시군요~ㅎㅎ
    이집트 사람들은 정말 한낮엔 너무 더워 밤 늦게 축구하고 놀더라구요.
    태권도도 마찬가지군요.
    계획하고 계신 체육관 건축이 잘 되길 바라겠습니다.~!

    2009.11.14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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